인천 중구에 있던 대불호텔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다.
1885년 아펜젤러 목사는 인천을 방문해 대불호텔에 일주일간 머물렀고
"호텔 방은 편안할 정도로 넓었고 테이블에 앉자 잘 요리되어 먹기 좋은 서양 음식이 나왔다"고 했다.
"먹기 좋은 서양 음식"이라는 대목에서 커피가 당연히 제공 되었을 거라고 추측된다.
인천 중구에 유명 커피숍이 많은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다.
낡을수록 빛나는 옛 건물의 재발견, 인천 개항장 아날로그 산책
복닥거리는 차이나타운 옆,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은 개항 후 13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차이나타운에 비해 한가로운 거리 곳곳에 흑백 사진을 닮은 공간이 숨은 듯 자리한다.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건물을 재활용해 감각적인 카페나 갤러리로 거듭난 공간을 찾았다.
색 바랜 시간 속을 거닐어보자.
100년 된 목조 가옥의 재탄생, 카페 팟알
인천중구청 방면으로 가다 보면 일본식 목조 가옥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1883년 인천 개항 이후 수탈의 상처가 남은 아픈 흔적이지만,
차이나타운과 일본식 건물이 뚜렷하게 나뉜 풍경이 이채롭다.
오래된 교회와 카페, 박물관이 오밀조밀 모인 거리에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팻말이 걸린 건물이 눈에 띈다.
100년 넘은 3층 목조 주택에 들어선 카페 팟알이다.
주말이면 단팥죽과 팥빙수를 찾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팟알
개항장거리의 터줏대감인 팟알은 1890년 초에 지어진 건물이다.
2011년 건물을 매입한 카페지기는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통해 이듬해 카페로 선보였다.
해방 직전까지 하역 업체의 사무실과 숙소로 사용된 이 건물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국가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3개 층으로 이뤄진 건물의 2~3층은 지금도 여전히 다다미 깔린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건물의 역사적 가치만큼 팟알을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은 국내산 팥으로 직접 끓여 만든 팥죽과 팥빙수다.
입 안에서 눈처럼 녹아내리는 나가사키 카스텔라 맛도 일품이다.
인천에서 시민문화운동을 해온 백영임 씨가 이 자리에 카페를 연 것은 무엇보다 건축의 가치 때문이다.
이 건물은 일제 때 한국인 노동자 100여 명이 지내던 하역회사 사무실 겸 숙소였다.
해방 후 한약방, 농협, 신문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1880년대 말~1890년대 초 사이에 지어진 건물임이 드러나면서,
백 사장은 전문가의 조언을 얻어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부터 살폈다.
기록으로 전하는 한, 3층으로 된 일본식 점포 겸용 주택이 원형으로 남아 있는 사례가 없었다고.
내부 구조를 최대한 살려 오랜 시간 복원 작업에 매달렸다.
인천 일본 조계지에 현존하는 유일한 정가 양식 건물로서 건축사적인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일제강점기 하역노동자의 노동력 착취의 현장으로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하고 있다.
3층 높이의 이 건물의 1층은 손님들을 위한 테이블과 주방이, 2~3층은 다다미방이 차지하고 있다.
100여년 전에는 1층은 사무실로 2~3층은 노동자들의 숙소로 쓰였다.
일본인의 관점에서 인천의 변화를 기술한 책 '인천개항 25년사'(1908년 6월 1일 발행)를 보면
이 회사와 회사 대표인 히로이케데시로(廣池亭四郞)에 관한 설명이 있다.
"히로이케데시로, 야마토조장(大和組長) :
히로이케는 메이지 18년(1885)에 인천으로 와서 당시 조운업을 하는 아카마조합(赤間組)에서 근무했다.
메이지25년(1892) 2월 6일 아카마조합을 야모토조합(大和組)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조장이 되었다. …(중략)…현재 하역부 100여명, 단평선(團平船) 10척, 삼판선(三板船) 7척을 소유하고 있으며 또한 남포(南浦) 출장소를 설립해 취급하는 화물은 오사카상선(大板商船), 요시다조합(慶田組), 세창양행(世昌洋行) 그 외 내외선박 무역상 등의 위임을 받고 있다.
그는 후쿠시마(福島), 아사히(朝日) 두 조직과 서로 연합해 인천 노동사회의 큰 인물이 되었다."
개항 이후 20년 동안의 인천의 변천사를 요약한 책 '인천번창기'(1903)의 부록 관민인명록의 '하역 구미(組)' 항목에도
이 대화조를 비롯한 8곳의 업체가 활동했던 것으로 나와 있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이러한 업체들의 통제 아래 부두에서 일하며 당시 무역을 장악한
일본인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제물포의 일본인은 현대적인 '신사' 들이고, 고기잡이나 노 젓기, 짐 나르기 등은 조선인에게 맡긴다.
조선인들은 짐꾼들이고 일본인들에게 봉사한다"(에르스트 헤세 바르텍의 '조선 1894년 여름')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남아 있는 걸 잘 지키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인천의 근대 건축물들이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사라지는 게 안타까웠죠.
복원하더라도 역사를 박제한 공간보다 사람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카페가 되길 바랐어요."
팟알은 2012년 문을 연 이듬해, 건축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567호로 지정되었다.
카페 내부는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감돈다.
옛 모습 그대로 노출된 나무 천장과 뒤뜰의 소담한 정원, 어머니가 쓰던 재봉틀을 활용한 테이블,
1918년에 제작한 전화기 등 손때 묻은 소품이 멋스럽게 어울렸다.
카페 입구에 개항기 모습을 볼 수 있는 엽서와 책자 등을 전시해놓았는데 판매도 한다.
2~3층에는 예약제로 운영하는 다다미방이 마련되어 있다.
팟알의 대표 메뉴는 국내산 팥으로 만든 단팥죽과 팥빙수,
꿀을 듬뿍 넣고 직접 구운 나가사키 카스테라다.
옛날 이곳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5전 주고 사먹던 단팥죽 맛을 기억하며 찾아오는 손님이 많다.
단팥죽과 함께 주말이면 하루 100그릇으로 한정해 파는 팥빙수,
1960~1970년대 결혼식 때 답례품이던 카스테라도 옛 맛을 추억하며 찾는 손님이 많다.
https://kko.kakao.com/WTmxpe84yH
주소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27번길 96-2
운영시간 : 10:30 ~ 21:30, 월요일 휴무
메뉴 : 팥빙수 8,000원, 단팥죽 8,000원, 아메리카노 + 카스테라 1조각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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